▲ 새 우체통이 부착된 희망오차마을공동체의 골목길 모습. 희망오차마을공동체 제공

올해 첫 도입된 부산시의 마을공동체 역량강화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부산 금정구 서1동 희망오차마을공동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환경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면서 '자기 마을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희망오차마을공동체는 지금부터 15년 전, 주민 7∼8명이 매주 일요일 동네청소를 하는 모임을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1968년 중구 영주동, 충무동 고지대 철거민들의 이주촌으로 형성된 '달동네' 오차마을에 조금이라도 활기를 불어넣자는 것이 취지였다.

금정 서1동 '희망오차마을'
인근 금사공단의 쇠퇴로 주민들은 하나둘씩 떠났지만, 일요일 청소 모임은 중단되지 않았다. 오히려 '남은 우리라도 동네를 지키자'며 더욱 굳게 뭉쳤다.

청소 모임은 2011년부터 금정구종합사회복지관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조직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참여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1월에는 명칭도 '희망오차마을공동체'로 바꿨다. 활동 영역 역시 청소뿐 아니라 독거노인과 장애인 무료 식사 대접까지 넓혔다.

이런 희망오차마을공동체에 또 다시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3월. 부산시의 마을 공동체 역량강화 사업에 선정되면서 1천500만 원을 지원받게 된 것. 70여 명의 회원들은 마을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직접 실행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마을공동체 일정표에는 아이디어를 가다듬은 각종 사업 계획이 빼곡하다.

올 상반기 중 최고 '히트작'은 우체통 교체 사업. 총 400가구의 낡은 우체통 중 절반가량을 새것으로 바꿨다. 하반기에는 외지인들이 집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마을지도를 제작해 동네 입구에 부착하기로 했다. 또 마을 내 25개 전봇대에 붙은 불법 광고물 철거 작업도 실시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마을에 활기가 돈다며 반겼다. 동네에서 30년 넘게 쌀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영제(73) 씨는 "마을이 한결 깨끗해지고 밝아졌다"며 "어려운 형편의 주민들이 서로 힘이 되는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희망오차마을공동체는 숙원사업인 마을회관 건립을 포함해 앞으로 다양한 봉사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희망오차마을공동체 김정섭 회장은 "이웃에 초상이 나도 모를 정도로 각박한 동네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이 묻어나는 동네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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